어서 와, 진공관 앰프는 처음이지?
(1) 진공관 앰프 입문
입문자들 중에서 진공관 앰프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켜놓았을 때 아련하게 불빛이 보이는 것도 아름답고, 트랜스나 캐패시터 등이 노출되어 있는 고풍스런 느낌도 유별나며, 주위에서 들리는 바로는 소리도 부드럽고 힘도 좋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인들 중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면 단번에 오디오를 좀 하는 매니아처럼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입문자들이 막상 진공관 앰프를 구입하려하면 쉽지가 많다. 진공관 수명이 다 하면 어떡하지? 진공관을 교체해야 한다던데… 잡음이 많다던데… 출력이 작아서 내 스피커와 맞을까 등등…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앰프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중급 앰프에서 반도체와 진공관 앰프를 비교하면 만듦새나 소리에서 가격대 성능비, 나아가 가격대 만족비가 매우 높은 진공관 앰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조금만 익숙해지면, 진공관을 바꿔 꼽음으로써 소리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진공관 앰프를 사용해보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입문자들을 위해 진공관 앰프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진공관 앰프, 결코 어렵지 않다.

1. 열과 충격, 습기에 조금의 관심을
당연하지만 진공관은 트랜지스터나 FET 같은 반도체 대신 진공관을 출력 소자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반도체건 진공관이건 출력 소자로 사용되어 전류가 흐르면 반드시 열을 내게 되어 있다. 트랜지스터나 FET는 납작하게 생겨서 열을 방출시키는 금속 판(방열판)에 부착하기 쉬워서, 전류가 많이 흐르는 대출력 앰프나 A급 증폭 방식의 앰프도 열을 방출시키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진공관은 전구처럼 생겼으므로 주위 공기로 열을 식힐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와는 달리, 진공관은 먼저 켜줘야 증폭 작용을 시작한다. 필라멘트(히터)를 켜서 빨갛게 달궈저야만 전기 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공관 앰프는 소출력이라도 열이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열이 잘 방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공관의 수명이 짧아지고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진공관 앰프의 열을 방출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창밖에서 뜨거운 햇빛이 내리 쪼이는 환경을 피한다던가, 주위에 열원을 배제하는 것이 첫번째 할 일이다.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므로 진공관 앰프 위에 아무 것도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위가 꽉 막힌 오디오 랙에 두는 것은 금물이며, 뒤와 옆이 뚫려 있는 경우라면 앰프 윗공간이 어른 한 뼘 이상 충분히 떨어져 있다면 괜찮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길수록 방열 대책은 중요해지는데, 열을 방출하기 어려운 환경에 부득이하게 설치해야 한다면 작은 팬 같은 것을 돌려서라도 공기 순환을 시켜야 한다.

진공관 앰프는 적절히 열이 방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당히 뜨겁다. 하지만 백열전구가 그런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혹시 진공관이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되어 물티슈같은 것으로 닦아내서는 절대 안된다. 진공관이 파손되거나 진공관에 따라 감전의 위험이 있다. 진공관은 적당히 열을 받아야 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자(사실이다).
한편 진공관은 진동이나 충격에 약하다. 유리 제품이라 깨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공관은 형번에 따라 내부 전극들이 매우 가깝게 위치된 것도 있고, (진공관을 켜는) 히터는 백열 전구의 필라멘트와 유사하다. 진공관 앰프를 켜놓고 진공관 앰프를 툭 쳐보면 스피커에서 진공관의 필라멘트가 흔들리는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진공관 앰프 밑에 스파이크를 받치거나, 흡음판 등을 대면 소리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진공관 앰프는 흔들거나 심한 충격을 주면 파손될 수 있고, 고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유의하자. 진공관 앰프는 이 점에서는 확실하게 반도체 앰프에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습기는 모든 전자제품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진공관도 예외는 아닌데, 특별한 대책은 필요없다. 다만 장마철 같이 습한 계절에는 가끔씩 앰프를 켜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어떤 전자 제품이던지 오래도록 전원을 넣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진공관 앰프건 인티앰프건 가끔 켜주고 셀렉터나 볼륨을 몇 번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시킬 수 있다.

진공관 앰프는 생긴 모양 때문인지, ‘낡았다’, ‘위험하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래되어 낡은 진공관 앰프도 정상 동작한다면, 안정된 동작을 발휘한다. 예컨대, 아주 오래된 반도체 앰프는 경우에 따라(DC앰프) 고장이 나면 스피커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반면, 진공관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진공관 앰프에는 출력 트랜스라는 것이 있어서 아무리 앰프가 고장나더라도 스피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고 시장에는 1960년대에 발매된 진공관 앰프들이 여전히 거래되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건 진공관이건 너무 오래된 제품은 내부 캐패시터의 열화나 기기 상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므로 입문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계속)